고독사 워크숍 - 쓸모없음을 인정하는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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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고독사'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있어서도 아니었고, 그저 어디선가 흘러들어온 추천 글을 봤을 뿐이었다. 그 추천글을 보고 이 책을 왜 메모해뒀을까. 아마 제목 때문이었을 거다. 고독사에 관심은 없어도, 주기적으로 고독사 뉴스는 들려오기때문에. 마치 교통사고처럼 고독사가 이제 흔하기에.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거란 범주의 일에서 조금 벗어났다. 하긴, 이번 주만해도 근현대사를 배우지 못 한 나에게 계엄이라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보게 될 줄 몰랐으니. 내 기억의 오류가 아니라면,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국사 시간은 있었지만, 근현대사 부분은 진도 문제로 거의 생략됐다. 시험범위 조차 안 들어갔던 걸로 기억한다. 그 뒤, 이과를 택했고, 공식적 국사 시간과는 멀어졌다.
다시 책으로 돌아오면, 이 책은 '각 개인의 고독사 워크숍'과 '심야코인세탁소 직원의 관련 감상'이 반복되는 형태다.
각 개인의 고독사 워크숍에는 인물의 삶과 고독사 워크숍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나와있는데, 어떤 인물의 이야기에는 흠뻑 몰입해서 읽었지만, 어떤 인물의 경우에는 꾸역꾸역 읽었다. 나의 삶과 공감의 범위가 매우 협소한 탓일 수도 있고, 그만큼 이 책의 고독사 워크숍 참여자가 다양하다는 걸 수도 있다.
책의 이야기가 내가 책의 제목을 쥐게 했던, 첫 예상과는 달랐다. 내게 '워크숍'은 모두가 모이는 행위였고, 나는 그 모습이 트라우마 극복 고백회나 중독 치료 모임과 같은 형태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고독사 워크숍은 하루에 한 번, 글을 온라인에 남기고, 참여자들이 서로의 온라인 글을 보고 댓글을 달 수 있는 형태였다. 완전 영락없는 SNS이면서, 자신만의 고독을 훈련한다라.
그 점에서 이 책이 '고독사'라는 단어를 택했지만, 뉴스에서 관찰한 고독사에 대한 이미지와는 사뭇 달라, 처음 내가 예상했던 바를 얻진 못 했다. 아쉽다고 말하면 좀 인간이 이상해보이겠지만, 어차피 이상한 기대를 가진 채 이 책을 읽어서, 이 책에 고독사 워크숍에 참여한 그 누구도 '고독사'까지 이르지 못 했다. 물리적으로 죽지 않았다는 뜻이다.
스스로의 부고를 올리기도 하는 식이지만, 고독사 훈련에 마칠 뿐이다. 게다가 그들의 행위는 고독사의 과정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일상을 올리는 행위가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짓이기때문에(SNS는 Social Network System의 줄임말이다. 'Social'은 사회적, 관계를 의미한다.), 이 책을 읽을 수록 책 제목을 배신하는 느낌이라, 나도 배신당하는 느낌이었다.
그 배신감이 좋냐, 나쁘냐를 따지면, 조금 나쁜 쪽에 가깝다. 추리소설의 배신감과는 다른, 푸석하게 입 안에 달라붙는 삶은 계란 노른자를 먹는 그런 기분.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분명 먹고 나면 몸에는 좋겠지만, 당장 입 안의 달라붙는 느낌이 조금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