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계가 마을로 온 날 - 그럼에도 선한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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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를 뉴스로 봤을 때, 무슨 영화인가 싶다가 해당 현장과 국제적 정세는 어떻게 되는 거지? 라는 염려와 걱정과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부정 등등, 여러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절망적 사태에서 '그럼에도 선한 사람들이 있다'는 예를 보여주는 게, 이 책이다. 이 책은 9.11 테러 때, 미국으로 비행기 착륙이 막히자, 캐나다 갠더에 대신 착륙하게 되고, 다시 비행이 가능하던 때까지 며칠, 갠더 사람들이 엉뚱하게 착륙한 비행기의 승객들을 위해 선행을 베푼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내 개인적인 문제지만, 영 인물이 많아지면 헷갈려 한다. 특히 외국 이름들이 나오면 헷갈려 하는 정도가 심하다. 어떨 때는 책을 덮으면, 주인공 이름도 틀리기도 하고, 주인공과 어떤 관계의 인물이 있었다는 기억하는데, 이름은 까먹기도 한다. 애석히도 이 책에는 여러 인물이 나온다. 각 인물의 직업이나 상황 등이 달라서, 대략적으로 읽으며 인물은 구분할 수는 있지만, 약간의 시간의 흐름 뒤에 나오면 또 헷갈려 한다.
그 탓에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만약 이 책이 영화였다면, 분명 포스터는 몇 분할되어서 여러 인물이 사진이 콜라쥬된 형태일 거다. 그런 책이다.
이 책의 갠더 사람들은 당연히 비상 착륙한 승객들을 돕는다. 시민 사회 뿐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시민이 전부. 일부는 자신의 집에서 편히 쉴 수 있게 내어주고, 자신은 자리를 비켜준다. 집과 내 개인 영역에 꽤나 예민한 나의 경우에는, 그게 가능할 지 의문이었다. 욕실은 빌려 줄 수 있지만, 과연 욕실을 빌려주는 동안 내가 집 밖에 나가있는다? 오… 정말 꽤나 불가한 일이다. 심지어 테러범이 섞여있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걱정이 많은 나는 그런 생각까지 했을 거다.
그렇지만 갠더에서는 그런 호의가 계속됐다. 대신 차에 태워주거나, 비상착륙으로 온 승객들은 불청객이 아니라 초대받은 손님들처럼, 먹을 것과 즐길 거리는 챙기는데 여념이 없다.
9.11 테러라는 끔찍한 공격에도, 한 쪽에서는 빛을 밝히는 선의가 가득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