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의 위기 - 연결성 없는 순간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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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한다. 다 읽는 지금도 사실 이 책 전체를 이해했냐고 하면, 아니다. 책 리뷰 제목은 그럴싸하게 적었지만, 사실 이해를 다 하지 못 했다. 특히 '서사', '스토리텔링', '정보', '이야기'로 나오는 단어들이 이 책에서 어떤 의미로 정의되는지를 정리하라고 하라면 못 한다. 그렇지만, '오, 양 별로 안 되네?'라고 덤볐다가(그렇게 덤볐다가 '일부 흥미롭긴 한데, 다 이해했냐고 하면 모르겠다'라고 같은 평을 할 수 있는 책 '정보의 지배'가 있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넘어가면 오늘 하루가 아깝기에 내가 이해한 바, 혹은 오해한 바를 적어둔다.
이 책이 말하는 '서사'의 위기란 것은 '서사'의 멸종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서사' 대신 소비를 위한 스토리텔링과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대표되는 순간의 정보만 가득하다. 서로를 연대하던 공동체를 묶어주던 시간의 흐름과 지혜를 담았던 서사는 사라진지 오래다. 각자 마치 알리바이 증명과 같은 순간의 '정보'만 가득 기록하는 셈이다. 그저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정도의 순간의 정보들만으로는 우리 역사가 지나온 서사를 표현할 수 없다. 서사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향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연결되는 끈인데, 정보는 그저 점이다.
그나마 IT 관련된 일을 하는 터라(물론 IT를 좋아하냐고 하면, 그건 별개의 이야기다. 내 꿈은 돈많은 백수다.) 아래의 문구가 글 전체와는 관련없이 눈에 들어왔다.
"빅데이터는 사실상 설명하는 것이 없다. 빅데이터에서는 사물들 사이의 상관관계만이 파악된다. 그러나 이러한 상관관계는 지식의 가장 원시적인 형식이다. 상관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은 없다. 빅데이터는 사물이 왜 그렇게 서로 연관되어 있는지는 설명할 수 없다. 인과적 맥락도, 개념적 맥락도 생성되지 않는다. '어째서Wieso'가 '개념이 결여된 그것이 그렇다Es-ist-so'로 완전히 대체된다."
나는 이것도 서사와 정보의 차이를 나타낸다고 본다. 서사는 그 흐름과 관계 속의 생각이 담겨있다. 그러나 정보는 그렇지 않다. 'A하면 B다.'라는 관계만 나타낸다. 거기에는 이유나 추론이나 감정따위 없다.
정작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걱정한 것은 '나는 그렇게 변하는 세대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까'와 '이렇게 정보 중심으로 변한 사회를 마냥 나쁘게만 보는 게 맞는가'였다.
첫 번째 의문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언제나 새로운 게 튀어나오다못해, 이제는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IT 쪽을 보면서, 나는 자주 어떻게하면 '명분'있게, '경제적 타격 없이' 도망칠까를 고민했다. 애석히도 냉정한 자본주의 시장에서 돈이 되지 않는 것을 과감히 선택하기에는 나는 소심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 서사 중심에서 단편적 정보 중심으로 바뀌는 사회를 경고하는 이 책의 논조는 알겠는데, 그래서 그 다음에 '개인인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가'는 책 밖의 이야기였다. 계속 과거의 서사를 유지하고 재부흥하기 위해 노력해야할지, 아니면 과감히 정보의 파편 속에 뛰어들어야할지. 아직은 애매하다. 나는 인스타그램에 스토리를 업로드하지 않지만, 장소 검색용으로는 쓴다. 아마 이 질문의 답은 오늘 내로 찾긴 어려울 것 같다.
두 번째 의문은 이 책의 논조와 관련되었다. 사실 이 책이 그렇다고 '정보 사회는 쓰레기다!'라고 외친 건 아니다. 사실 서사의 위기를 경고하는 논조도 내가 느낀 바지, 정말 저자가 그렇게 말하고자... 했겠지? 책 제목이 그러니까? 사실 원제의 의미를 알 수 없으니, 정말 저자의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생각된다.
'정보 중심으로 변한 사회를 마냥 나쁘게만 볼 것인가'는 어느 세대던 생활 양식과 생각의 양식이 바뀌면 직면하는 문제같다. 개인인 나는 회색처럼 애매하게 걸쳐있다. 어쩌면 이미 나도 변한 사회의 일원이 아닌 과도기적 사회의 일원인 것 같다는 생각도 종종 든다. 온갖 변하는 SNS를 따라하지 않고,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댓글을 닫아놓은 채로. 소통따위 감당하지 못 하는 거다. 결국 이 의문에 대해서는 '장단이 있다, 다만 그런 사회의 생존법은 아직도 모르겠다'라는 바쁜 현대인스러운 답을 내놓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