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쪽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의 마킨 힐버트Martin Heilbert 박사와 카탈로니아 개방대학교의 프리실라 로페즈Pricsilla Lópes 박사가 이와 관련된 미가공 수치를 분석했다. 85쪽 분량의 신문을 읽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1986년에 인간에게 쏟아지는 정보(텔레비전과 라디오, 독서)를 모두 합치면 대햑 85쪽 분량의 신물을 매일 40종 읽는 것과 같았다. 두 사람은 2007년에 그 양이 하루 174종의 신문을 읽는 것과 맞먹는 수준으로 증가했음을 발견했다(2007년 이후로 정보의 양이 더 늘지 않았다면 무척 놀라운 일일 것이다). 이 같은 정보량의 증가가 전 세게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53쪽
나와 만나기 직전 수네는 페이스북의 창립자인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의 사진 한 장을 보았다. 그가 어느 방의 앞쪽에 서 있었고,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고 있었다. 저커버그는 실제 현실에 서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고, 미소띤 얼굴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자연스러운 듯 주변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수네는 이렇게 말했다. “그 사진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어요. 제기랄, 미래에 대한 은유잖아.” 수네는 추세를 바꾸지 못하면 “상류층은” 주의력이 처한 위험을 “매우 잘 인식해” 자신의 한계 내에서 살아갈 방법을 찾고 나머지 사회 구성원은 “조종에 저항할 자원이 적어서 컴퓨터 속 세상에 살며 점점 더 남에게 조종되는” 사회가 올 것이라 우려한다.
76쪽
어느 날 잘 마은 통통한 해초를 베개 삼아 해변에 누워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다가, 느긋하게 쉬지도 집중하지도 못하고 그토록 오랫동안 구상한 소설을 쓰기 시작하지도 못하는 나 자신을 불같이 비난하기 시작했다. 스스로에게 계속 이렇게 말했다. 넌 지금 파라다이스에 있어. 핸드폰으 ㄴ내다 버렸어. 이제 집중해. 빌어먹을 자식아, 집중하라고. 그로부터 1년 뒤, 수년간 방해에 관해 연구해온 글로리아 마크 교수를 인터뷰하면서 이 순간을 돌이켜보았다. 그는 일상에서 너무 오랜 시간 방해를 받으면 모든 외부의 방해에서 벗어났을 때 스스로를 직접 방해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나는 이런저런 것들을 바라보며 계속 어떻게 묘사해서 트윗에 올릴지 생각했고, 그 트윗에 사람들이 뭐라고 답할지 상상했다.
84쪽
미하이는 당황스러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림에 수많은 시간을 쏟은 예술가들은 작업을 마쳤을 때 자기 결과물을 의기양양하게 바라보거나 자랑하거나 칭찬을 구하지 않았다. 거의 모두가 그 그림을 치워놓고 다음 작업에 착수했다.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는 그저 보상을 얻고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스키너의 생각이 옳다면 이들의 행동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들은 작업을 끝마쳤다. 즐길 수 있는 보상이 그곳에, 바로 눈앞에 있다. 그러나 창작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보상에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심지어 돈조차 그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훗날 미하이는 한 인터뷰어에게 이렇게 말했다. “작업이 끝나면 그 대상, 그 결과물은 그들에게 별로 중요치 않았습니다.”
미하이는 예술가들이 실제로 무엇에서 동력을 얻는지 알고 싶었다. 그들이 하나의 대상에 그토록 오랫동안 집중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화가들의 마음을 강렬하게 사로잡는 것”이 “그림 그리는 과정 자체”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 점점 더 분명해졌다.
87쪽
몰입 상태에 빠져들기 위해 알아야 할 내용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릴 거야’, ‘이 언덕을 뛰어오를 거야’, ‘아이에게 수영을 가르칠 거야’처럼 명확하게 정의된 목표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 목표를 추구하겠다고 마음먹고, 그러는 동안 다른 목표는 옆으로 치워둬야 한다. 몰입은 한 번에 하나만 할 때, 다른 모든 것은 접어두고 한 가지만 하기로 할 때 찾아온다. 미하이는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요소와 멀티태스킹이 몰입을 방해하며, 한 번에 두 개 이상의 일을 하려 하는 사람은 절대 몰입 상태에 이를 수 없음을 발견했다. 몰입은 한 가지 사명에 모든 지적 능력을 쏟아부을 것을 요구한다.
둘째로,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이는 집중력에 관련한 기본 사실이다.
(중략)
셋째로, 능력의 한계에 가깝지만 능력을 벗어나지는 않는 일을 하는 방법이 도운이 된다.
(중략)
몰입 상태가 되려면 단일한 목표를 택해야 하고, 그 목표가 반드시 자신에게 유의미해야 하고, 능력의 한계까지 스스로를 밀어붙여야 한다.
113쪽
사람들은 초조하고 잠 못 들수록 멜라토닌이나 알코올, 앰비언Ambien 같은 약물에 의지해 곯아떨어지고 있다. 미국인 900만 명(성인 인구의 4퍼센트)이 처방받은 수면제를 먹고 있고,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내가 수년간 그랬듯 처방전 없니 살 수 있는 수면 보조제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록산느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약물로 유도한 수면은 일반 수면과 똑같지 않습니다.”
124쪽
오늘날 재미로 책을 읽는 미국인의 수는 사장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인 2만 6000명으로 구성된 표본을 연구하는 미국 시간 사용 조사American Time Use Servey는 2004년에서 2017년 사이에 재미로 독서를 하는 비율이 남성은 40퍼센트, 여성은 29퍼센트 줄었음을 발견했다. 여론조사 기업인 갤럽은 한 해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미국인 비율이 1978년과 2014년 사이에 세 배로 뛰었음을 확인했다. 현재 미국인의 약 57퍼센트가 1년간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 이러한 경향은 점점 커져 2017년에 미국인의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은 17분, 하루 평균 핸드폰 사용 시간은 5.4시간이 되었다. 복잡한 소설은 특히 수난을 겪고 있다. 현대 역사상 처음으로, 오로지 재미로 문학을 읽는 사람 수가 미국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미국만큼 철저히 연구되지는 않았지만 영국을 비롯헌다른 국가도 비슷한 추세로 보인다. 2008년과 2016년 사이에 영국 소설 시장 규모가 40퍼센트 줄었다. 단 한 해 동안 (2011년) 페이퍼백 소설 판매량이 26퍼센트나 폭락했다.
147쪽
먼저, 우리는 단생각 중에 천천히 세상을 이해하고 있다.
(중략)
조너선은 내게 “딴생각을 하지 못하면 다른 수많은 것들이 사라질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딴생각을 많이 할수록 더욱 체계적인 목표를 세우고 더 창의적이며, 끈기 있는 장기적 결정을 더 잘 내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중략)
둘째, 딴생각을 할 때 우리의 정신은 서로 다른 것들을 새로 연결하기 시작하며, 종종 이 과정에서 문제의 해결책이 떠오른다.
(중략)
셋째, 딴생각을 하는 동안 우리의 정신은 (네이선의 표현에 따르면) “머릿속 시간 여행”을 떠나 과거를 더듬고 미래를 예측하려 한다. 정신은 눈앞의 사안만 생각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자유로워지면 다음에 일어날지 모를 일들을 생각하기 시작하며, 이는 미래를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
152쪽
나는 내가 집중 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프로빈스타운에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내가 배우고 있었던 것은 생각하는 법이었음을, 생각하는데는 스포트라이트 같은 집중 외에 훨씬 많은 것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153쪽
우리 문화에서 딴생각을 할 때 사람들은 대체로 다른 그 어떤 활동을 할 때보다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심지어 집안일조차 딴생각보다 더 높은 수준의 행복도와 연관된다. 두 사람은 ‘딴생각을 하는 마음은 불행한 아믕이다’라는 결론으 ㄹ내렸다.
이 연구 결과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그렇게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는데도 딴생각은 왜 우리를 기분 나쁘게 만들까?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딴생각은 쉽게 반추로 빠진다. 대다수 사람이 어느 순간에는 이런 기분을 느끼는데, 집중하기를 멈추고 마음이 표류하게 내버려두면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생각에 갑갑해지는 것이다. 프로빈스타운으로 오기 전의 내 삶의 여러 순간들을 돌이켜보았다. 기차에서 미친 사람처럼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며, 가만히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머릿속으로 혀를 차고 있었을 때 내 정신 상태는 어땠었나? 지금 돌아보면 나는 자주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가득 찼다. 생각을 가라앉히려고 시도 했다면 아마 그런 나쁜 감정들이 밀려들었을 것이다. 이와 달리 프로빈스타운에서는 스트레스가 없었고 편안하다고 느꼈다. 그대서 딴생각이 자유롭게 떠다니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이다.
163쪽
제임스 윌러엄스는 내가 프로빈스타운에서 근본적인 실수를 하나 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년간 구글의 전략 전문가로 일하다 섬뜩함을 느낀 뒤 인간의 주의력을 연구하고 실리콘밸리에서 자신의 동료들이 무엇을 한 것인지 알아내고자 옥스퍼드 대학으로 떠났다. 그는 내게 디지털 디톡스가 “해결책이 아니”라고 말했다. “일주일에 이틀 바깥에서 방독면을 쓰는 노력이 환경오염의 해결책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예요. 개인 차원에서는 단기적 특정 효과를 볼질 몰라요. 하지만 지속 불가능하고,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죠.” 그는 광범위한 사회에서 거대한 침략 세력이 우리의 주의력을 크게 바꿔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는 환경의 변화만이 진정한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개인의 절제가 주요 해결책이라고 말하는 것은 “문제를 개인에게 떠남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195쪽
아자는 이 과정을 설명하며 “페이스북과 구글 서버 내부에 우리를 본뜬 작은 저주 인형이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말했다. “처음에 이 인형은 우리와 그리 비슷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표준 모델 같은 거예요. 하지만 그때부터 이들은 우리의 클릭 흔적 [즉 우리가 클릭하는 모든 것]과 우리가 잘라낸 발톱, 우리가 떨어뜨린 머리카락[즉 우리가 검색하는 모든 내용, 우리 온라인 생활의 모든 자잘한 정보들]을 수집하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우리가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메타데이터를 전부 재구성하고, 저주 인형은 점점 우리와 닮아갑니다. [그때 예를 들어] 우리가 유튜브에 나타나면, 그 인형을 깨워서 인형에 수십만 개의 영상을 시험해보며 인형이 어떤 영상에 반응하고 움직이는지를 봅니다. 어떤 영상이 반응을 끌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우리에게 그 영상을 보여 주는 겁니다.” 너무 무시무시한 이미지여서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아자가 설명을 이어갔다. “참고로, 이들은 지구에 사는 인간 네 명 중 한 명꼴로 이런 인형을 갖고 있습니다.”
206쪽
내가 인터뷰한 사람들이 현재 이 시스템이 집중력을 훼손하는 여섯 가지 방식을 보여주었음을 알 수 있었다.
(중략)
첫째, 이 웹사이트와 앱들은 우리 정신을 길들여 잦은 보상을 갈망하게 만들도록 설계한다. 우리가 ‘하트’와 ‘좋아요’를 갈구하게 만든다.
(중략)
둘째, 이 웹사이트들은 평소보다 전환을 더 자주 하게 만든다. 핸드폰을 집어 들거나 노트북에서 페이스북을 클릭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략)
셋째, 이 웹사이트들은 (트리스탄이 말했듯) 우리를 “내침”하는 방법을 학습한다. 이들은 우리가 무엇에 반응하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파악한다. 우리가 무엇을 즐겨 보고, 무엇에 흥분하고, 무엇에 화를 내고, 무엇에 격노하는지를 배운다. 우리의 개인적 트리거를, 구체적으로 무엇이 우리를 어지럽힐지를 배운다. 즉 우리의 집중력을 뚫고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핸드폰을 내려놓으려고 할 때마다 이 사이트들은 우리의 과거 행동을 통해 학습한 내용들을 조금씩 내놓으며 우리가 계속 스크롤를 내리게 만든다.
(중략)
넷째,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 때문에 이 웹사이트들은 우리를 아주 자주 화나게 만든다. 과학자들은 수년 전부터 실험을 통해 분노 자체가 우리의 집중력을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입증해오고 있다.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분노하면 주변에서 벌어지는 논쟁에 평소만큼 집중하지 못하며 “정보 처리의 깊이가 얕아”짐을 발견했다. 즉, 더 얄팍하고 부주의한 방식으로 사고하게 되는 것이다.
(중략)
다섯째, 이 웹사이트들은 우리를 화나게 만드는 것에 더해, 우리가 타인의 분노에 에워싸여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
(중략)
여섯째, 이 웹사이트들은 사회 전체에 불을 지른다.
227쪽
“우리는 습관에 매여 있지 않습니다. 습관은 끊을 수 있어요. 언제나요. 우리는 습관을 바꿀 수 있어요. 그 방법은 내적 트리거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 충동과 그 행동 사이에 일종이 틈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그는 이와 비슷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했다. 그는 우리 모두가 ‘10분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믿는데, 그 규칙이랑 핸드폰을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때 10분만 기다리는 것이다. 또한 그는 우리가 ‘타임박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매일 할 일의 자세한 계획을 짜서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앱이 온종일 우리를 방해하고 우리의 집중력을 없애지 않도록 핸드폰의 알림 설정을 바꿀 것을 권하고, 핸드폰에서 앱을 최대한 지우되 남겨야 할 앱이 있다면 그 앱의 사용 시간을 미리 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이메일 구독을 취소하고, 가능하다면 이메일의 ‘업무 시간’을 정해서 하루에 몇 번만 확인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무시하라고 조언한다.
233쪽
내가 니르의 접근법에 점차 불편함을 느낀 이유를 온전히 이해하게 된 것은 이 문제에 대해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였다. 그중 한 명이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의 경영학 교수 로널드 퍼서Ronald Purser였다. 그는 그때까지 들어본 적 없었던 “잔혹한 낙관주의”라는 개념을 소개해주었다. 잔혹한 낙관주의는 비만이나 우울, 중독처럼 우리 문화에 근본 원인이 있는 거대한 문제와 관련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언어로 단순한 개인적 해결책을 제시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주장은 낙관적으로 들리는데, 문제를 금방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이 주장은 잔혹한다, 이렇게 제시하는 해결책이 너무 제한적이고 근본 문제를 전혀 보지 못하기에 결국 대다수에게 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251쪽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 때 그 사이트에서 하루나 한 주에 얼마나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를 물을 수 있다. 사용자는 10분이나 두 시간을 댈 수 있고(선택은 본인에게 달렸다), 웹사이트는 사용자가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다. 한 가지 방법은 정한 시간을 다 썼을 때 웹사이트의 속도를 급격히 느려지게 하는 것이다. 실험 결과 아마존은 페이지 로딩 속도가 0.1초만 느려져도 상품을 끝까지 구매하려는 사람 수가 크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자는 말했다. “뇌에게 우리의 충동을 따라잡고 질문할 기회를 주는 겁니다. 너 정말 여기에 있고 싶니? 아니.”
270쪽
사람드링 꼽은 집중력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핸드폰이 아니었다. 응답자의 48퍼센트가 지목한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였다. 두 번쨰 이유는 출산이나 노화와 같은 생활 변화로, 이 역시 48포센트의 지목을 받았다. 세 번째는 43퍼센트가 선택한 수면의 어려움 및 수면 방해였다. 핸드폰은 37퍼센트의 선택을 받아 4위에 올랐다.
관련 연구를 더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하자 일반인의 짐작이 틀리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핸드폰과 웹보다 더 거대한 힘이 작동하고 있었고, 이 힘이 우리가 웹과 역기능적 관계를 맺도록 유도했다.
275쪽
아이에게 트라우마가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심한지를 파악하는 표준 방식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방식의 이름은 부정적 아동기 경험 연구Adverse Childhood Experiences Study이며 내용이 꽤 단순한다. 이 방식은 이렇게 묻는다. 어린 시절에 신체·정신적 학대, 방치를 비롯한 다음 열 가지 부정적 상황을 경험했습니까? 그리고 현재 비만과 중독, 우울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지 묻는다.
301쪽
최초의 매킨토시 컴퓨터를 설계한 팀은 ‘한 주에 90시간 일하는데 너무 좋다!’라고 뻐기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이것이 우리 시대 전문직 계층의 미친 슬로건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소진될 때까지 일하는 데서 자기 정체성을 찾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성공이라 칭한다. 갈수록 빨라지는 속도의 토대 위에 있는 문화에서 속도를 줄이기란 힘든 일이며, 우리 대다수가 그렇게 할 때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모두 함께 사회·구조적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312쪽
“전형적인 패턴을 한번 보세요. 사람들은 아침에 시리얼 한 그릇이나 토스트 한 조각을 먹습니다. 보통은 콘푸로스트와 흰 빵이죠.” 이 음식들에는 섬유질이 매우 적어서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는 포도당이 “아주아주 빠른 속도로 방출”된다. “그러면 혈당이 매우 빠르게 높아집니다. 좋은 일이죠. 약 20분 동안은요.” 그러다 혈당은 “다시 급락하고, 그때가 되면 우리는 완전히 나가떨어지며, 머릿속이 뿌옇게”된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책상에 앉아도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 이런 급강하를 경험하는 아이는 학교에 앉아 있어도 선생님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없다. 이때는 “에너지가 너무 없어서 계속 무언가를 먹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된다. “그게 바로 혈당 급강하의 증상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면 우리와 아이들은 또 한 번 짧고 굵게 집중하기 위해 설탕과 탄수화물이 잔뜩 든 간식을 먹고 싶어 한다. “우리가 끼니마다 그런 값싸고 형편없는 탄수화물 식품을 먹는다면 계속해서 그 롤러코스터를 타게 됩니다.”
315쪽
우리 인간이 먹도록 진화한 종류의 음식을 섭취하면 우리의 뇌가 더 잘 기능한다는 것이다.
342쪽
현재 미국에 있는 동물원 전체의 거의 절반이 동물에게 정신과 약물을 투여한다고 시인했으며, 니컬러스의 병원을 찾는 주인의 50에서 60퍼센트가 자기 동물에게 먹일 정신과 약물을 얻으려 한다.
(중략)
니컬러스를 만나기 전에는 그가 이러한 결과를 특정 방식으로 정당화할 것이라 생각했다. 수많은 의사가 주의력 문제를 겪는 자녀들의 부모에게 하는 말, 즉 집중력 장애는 생물학적 원인에서 비롯되므로 약물을 이용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리라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니컬러스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이 여정이 시작된 지점, 바로 끙끙이를 하던 말에서부터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야생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말은 지금껏 본 사람이 없습니다. 이건 말들을 부자연스러운 상황에 가두는 ‘가축화’의 문제예요. 말들이 마구간에 갇히지 않았더라면 초기에 그런 심리적 압박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고, 끙끙이를 하게 되지도 않았을 겁니다.”
니컬러스가 이 말들에게 일어난 일을 설명하면서 사용한 표현 하나가 나를 놀라게 했다. 그는 말들이 “생물학적 목적의 좌절”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말은 돌아다니고 달리고 풀을 뜯고 싶어 한다. 이런 타고난 본성을 표현할 수 없을 때, 말들의 행동과 집중력은 망가지고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352쪽
출생 당시의 신경계 상태는 어떤 아이가 심각한 집중력 문제를 겪을지 예측하는 데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예측에 도움을 준 요소는 무엇이었을까? 앨런의 말에 따르면 연구팀은 “주변 환경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발견했고, 결정적인 요인은 “환경이 얼마나 혼란한가”였다. 스트레스가 심한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집중력 문제를 겪고 ADHD를 진단 받을 확률이 훨씬 더 높았다. 대체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부모들이 받는 큰 스트레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앨런이 말했다. “문제가 퍼져 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54쪽
앨런은 부모들이 이 문제를 극복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결정적 질문이 하나 있다고 말했다. 사미의 일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주는 듯 보였던 이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주변에 당신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앨런의 팀이 연구한 가족들은 때때로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도움을 준 사람은 대개 전문가가 아니었다. 이들은 그저 힘이 되는 파트너나 친구들을 찾았을 뿐이다. 연구팀은 이런 식으로 사회적 지지가 늘어나면 “그들의 자녀가 문제를 보일 가능성이 더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왜일까? 앨런은 이렇게 썼다.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부모는 자기 아기에게 관심을 많이 쏟을 수 있으며, 그러면 아기는 더 큰 안정감을 느낀다.” 이러한 효과가 너무 커서, “긍정적인 변화의 가장 강력한 예측 변수는 그 시기에 부모가 받는 사회적 지지가 증자했는가였다.”
360쪽
다른 과학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이 약물들의 긍정적 효과가 (실재하긴 하지만) 놀라울 만큼 제한적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뉴욕 대학의 소아청소년 정신의학 교수인 그자비에 카스테야노스는 각성제 효과에 관한 훌륭한 연구에서 중요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각성제는 반복을 요구하는 작업에서는 어린이의 행동을 개선하지만, 학습 능력을 개선하지 못한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의 말을 믿지 못했다. 그러다 각정제 처방의 지지자들이 ADHD 연구의 황금률로 제시한 연구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보았다. 14개월간 각성제를 복용한 아이들은 시험에서 1.8퍼센트 나은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같은 기간 행동 지도만 받은 아이들도 1.6퍼센트 개선된 결과를 냈다.
362쪽
이해하고 싶었다. ADHD가 높은 비율로 유전 질환 때문에 발생한다는 통계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나는 이 통계를 제시하는 과학자들에게서 이것이 인간 유전체를 직접 분석한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거의 모든 통계는 쌍둥이 연구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훨씬 단순한 방식에서 나왔다. 연구자들은 일란성쌍둥이를 찾는다. 그리고 둘 중 한 명이 ADHD 진단을 받았다면 다른 한 명도 ADHD 진단을 받았는지 묻는다. 그다음 연구팀은 이란성쌍둥이를 찾는다. 그리고 둘 중 한 명이 ADHD 진단을 받았다면 다른 한 명도 ADHD 진단을 받았는지 묻는다. 연구팀은 충분한 크기의 표본이 생길 때까지 이 과정을 수없이 반복한 다음 수치를 비교한다.
연구자들이 이 방법을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연구에 참여한 쌍둥이는 (일란성이든 이란성이든) 전부 같은 집에서 같은 가족과 함께 성장한다.
(중략)
일란성쌍둥이는 이란성쌍둥이보다 유전자가 훨씬 더 유사하므로, 과학자들은 어떤 것이 일란성쌍둥이 사이에서 더 흔히 발생하면 그것이 유전적 요인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중략)
사실 일란성쌍둥이는 이란성쌍둥이와 똑같은 환경을 경럼하지 않는다. 일란성쌍둥이는 이란성쌍둥이보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부모와 친구들, 학교는 일란성쌍둥이를 더 비슷하게 대한다(실제로 사람들은 종종 둘을 구분하지 못한다). 일란성쌍둥이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자신이 다른 한 명과 뒤얽혀 있다고 느낄 가능성이 더 크다. 일란성쌍둥이는 심리적으로 더 가깝다.
376쪽
그는 사람들에게 겨우 몇 십 년 전 자신(그리고 자신을 비난하는 어른들)이 당연하게 여겼던 것을 아들에게 주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인간 역사상 가장 안전한 세상 중 하나에 살고 있음을 설명하려 했다. 성인과 아돌을 향한 폭력은 곤두박질쳤고, 현재 아이들은 낯선 사람에게 살해당할 확률보다 번개에 맞을 확률이 세 배 더 높다. 리노어는 이렇게 물었다. 번개 맞는 것을 막으려고 아이를 집 안에 가두시겠습니까? 통계적으로 보면 그게 더 말이 됐다. 사람들은 이 주장에 혐오로 답했다.
383쪽
리처드와 에드는 동기가 외재적일 때(그래야만 해서, 또는 나중에 무언가를 얻으려고 그 행동을 할 때)보다 동기가 내재적일 때(자신에게 의미 있기 때문에 그 행동을 할 때) 더 잘 집중하고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동기가 내재적일수록 집중력을 유지하기 쉬워진다.
409쪽
제임스는 몇 년간 집중력을 연구한 뒤 집중력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으며, 오늘날 우리가 그 세 가지를 전부 빼앗기게 되었다고 말했다.
(중략)
그는 집중력의 첫 번째 층이 스포트라이트라고 말했다. 스포트라이트는 “지금 부엌으로 가서 커피를 내릴 거야” 같은 “즉각적인 행동”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략) 이때 필요한 집중력의 이름이 스포트라이트인 이유는, 앞에서 설명했듯이 초점이 한곳으로 좁히기 때문이다. 이 스포트라이트가 분산되거나 방해받으면 우리는 이런 단기적 행동을 수행하지 못한다.
(중략)
집중력의 두 번째 층은 스타라이트, 즉 별빛이다. 스타라이트는 “장기적인 목표, 그러니까 시간이 드는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는 집중력이다. (중략) 이 집중력의 이름이 스타라이트인 이유는,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별을 올려다보면 자신이 향하던 방향을 다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는 이 스타라이트를 놓치면 “장기적 목표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었는지 잊기 시작한다.
집중력의 세 번째 층은 데이라이트, 즉 햇빛이다. 데이라트는 애초에 자신의 장기적 목표가 무엇인지 파악하게 해주는 집중 형태이다. 자신이 책을 쓰고 싶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사업을 시작하고 싶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어떻게 아는가? 심사숙고하며 명료하게 생각할 수 없다면 이런 질문의 답을 알아낼 수 없다. 제임스가 이러한 집중력에 데이라이트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눈앞의 광경이 햇빛으로 가득할 때에만 주변 상황을 명료하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는 산만해져서 이 햇빛의 감각을 잃으면 “여러 면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어디로 향하고 싶은지조차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413쪽
집중력 향상을 위해 이 여정에서 배운 것을 지금 이 순간까지 꾸준히 적용해오고 있다. 나는 삶에서 여섯 가지 큰 변화를 만들었다.
첫째, 사전 약속을 이용해 지나친 전환을 멈추려 했다. 사전 약속은 행동을 바꾸고 싶을 때 미래에 그 바람을 굳게 유지해줄 조치를 취함으로써 나중에 결심을 깨기 어렵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나에게 중요한 조치는 케이세이프를 구매하는 것이었다. 앞에서 짧게 언급했듯이, 케이세이프는 열 수 있는 뚜껑이 달린 대형 플라스틱 금고다.
(중략)
둘째, 나의 산만함에 반응하는 방식을 바꾸었다. 원래는 자책하며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넌 게을러, 넌 부족해, 도대체 문제가 뭐야? 스스로를 부끄럽게 해서 더 집중하게 만들려고 했다. 요즘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에게서 배운 것을 토대로, 전과는 매우 다른 대화를 나 자신과 나누고 있다. 나는 이렇게 묻는다. 지금 무엇을 해야 몰입 상태에 빠져들어 깊이 집중할 수 있는 능력에 가닿을 수 있을까?
(중략)
셋째, 소셜미디어가 우리의 집중력을 침해하도록 설계된 방식에 관해 알게 된 내용을 토대로, 이제 1년 중 6개월은 소셜미디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이 시간은 보통 몇 주 단위로 나누어 쓴다). 이 결심을 고수하고자 잠시 떠나 있을 때는 늘 공표를 한다.
(중략)
넷째, 딴생각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된 내용에 따라 행동한다.
(중략)
다섯째, 과거에는 수면을 사치나 (심지어는) 적으로 여겼다. 이제는 매일 여덟 시간 수면을 엄격히 지킨다.
(중략)
여섯째, 나는 자녀가 없지만 내 대자와 나이 어린 친척들의 삶에 깊이 관여한다. 원래는 그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에는 주로 의도적인 활동, 사전에 계획한 분주하고 교육적인 활동을 했다. 이제는 그 시간에 주로 자유롭게 같이 놀거나, 어른의 관리나 지나친 감시 없이, 또는 집 안에 갇히는 일 없이 자기들끼리 알아서 놀게 한다.
428쪽
두 번째로 기업은 소비를 늘리라고 기존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 사람들이 더 많이 먹거나 덜 자게 할 수 있다면 경제성장의 원천을 발견한 것이다. 토마스는 오늘날 우리가 대개 이 두 번째 방법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들은 똑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것을 밀어 넣을 방법을 끊임없이 찾는다. 예를 하나 들자면, 기업은 우리가 텔레비전을 보는 동시에 소셜미디어의 콘텐츠를 보기를 바란다. 그러면 우리는 광고를 두 배로 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삶의 속도가 불가피하게 빨라진다.
432쪽
산불이 시작되고 약 3주가 지났을 무렵 시드니에 사는 친구와 통화를 하는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친구가 사는 아파트의 화재경보기 소리였다. 시드니의 사무실과 가정집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리고 있었다. 산불 연기가 대기 중에 가득해서 각 건물의 화재경보기가 불이 났다고 착각한 것이었다. 즉 시드니에 사는 수많은 사람이 차례로 자기 화재경보기를 끄고 침묵과 연기 속에 앉아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스위스의 작가인 친구 브루노 주사니Bruno Ciussani와 대화를 나누고 나서야 이 사실이 그토록 충격적이었던 이유를 깨달았다. 그는 시드니 사람들이 자신을 보호하도록 제작된 집의 경고 시스템을 끄고 있었던 이유가, 우리 모두를 보호해줬어야 할 더 거대한 경고 시스템(과학자들이 하는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우리 사회의 능력)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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