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책 내용 메모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idtptkd 2023. 4. 2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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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210쪽
서양식 별자리는 밤하늘의 별을 88개의 구획으로 나누고, 해, 달, 행성이 지나는 길에 있는 별자리들을 특별히 황도 12궁이라고 부른다. 반면 우리 옛 선조들은 밤하늘을 세 구역으로 나누고 자미원紫微垣, 태미원太微垣, 천시원天市垣이라고 이름 지었다. 밤하늘의 중심이 되는 북극성 근처는 자미원으로 하늘의 궁궐을 감싸는 울타리다. 자미원 너머에는 정부에 해당하는 태미원, 백성들이 주로 아가는 시장에 해당하는 천시원이 있다. 해와 달, 행성들이 지나는 길에 있는 별들은 스물여덞 개의 별자리, 28수로 묶어두었고, 동방의 청룡, 서방의 백호, 북방의 현무, 남방의 주작이 각각 7수씩을 맡고 있다. 28수는 윷놀이 말판에서도 볼 수 있다. 말판을 잘 보면 한가운데 칸 주위로 28개의 칸이 둘러싸고 있는데, 이것이 북극성과 28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
한자 宿는 ‘별자리 수’로 읽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본래는 ‘잘 숙’자인데 동양 별자리에서 28수의 ‘수’자로 쓰인다. 28수는 밤하늘에서 달이 하루씩 머무는 영역을 별자리로 묶어놓은 것이다. 매일 같은 시각에 달의 위치를 관찰하면 매일 동쪽으로 옮겨가는데, 한 달이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달이 하루 묵어가는 자리라서 宿자를 쓴다. 한자사전을 찾아보면 ‘잘 숙’과 ‘별자리 수’가 함께 쓰임을 알 수 있다. 별자리뿐 아니라, 별의 이름도 기존의 한자를 사용한 것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동방칠수는 각角, 항亢, 저氐, 방房, 심心, 미尾, 기箕의 일곱 별인데, 한자사전에서 각이나 항자를 찾아보면 열 번째쯤 항목에 ‘별 각’ ‘별 항’ 같은 내용이 나온다.

242쪽
천체를 분류하고 이름을 붙이는 일은 국제천문연맹이 도맡아 하고 있다. 그렇다고 국제천문연맹에서 전권을 휘두르는 것은 아니고, 발견자에게 이름을 붙일 기회를 주며 그 명단을 관리한다. 때때로 전 지구인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열기도 한다. 명왕성의 영어 명칭인 플루토Pluto라는 이름도 공모전 당선작이다. 영국의 한 소녀가 로마 신화 속 저승 신의 이름을 제안했던 것이다. 내가 지구 밖 우주에 이름을 붙이다니, 그 이름을 전 세계인들이 영구히 부르게 된다니, 과학자들의 논문에도 그 이름이 사용된다니, 그것 참 근사하지 아니한가.

244~245쪽
우리가 명왕성을 행성이라 부르든 왜소행성이라 부르든 134340이라 부르든, 사회에서 의도적으로 따돌림받고 소외당하며 존재 자체를 위협받는 자의 심정을 명왕성에 이입시키려 하든 말든 명왕성은 상관하지 않는다. 그 멀고 어둡고 추운 곳에서, 하트 무늬처럼 보여 지구인들에게만큼은 특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얼음평원 스푸트니크를 소중히 품은 채 태양으로 연결된 보이지 않는 중력의 끈을 잡고 있을 뿐이다. 그 곁을 오랫동안 지켜온 위성 카론은 명왕성의 위성으로 보기에는 너무 덩치가 커서 위성이 아니라 명왕성과 이중행성계를 이루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카론 역시 자신을 무엇이라 부르든 개의치 않는다. 명왕성, 그리고 자신보다 더 작은 여러 위성 친구들과 서로 중력을 주고받으며 아주 오랫동안 멈추지 않을 자신들만의 왈츠를 추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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