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전체 쪽수는 89쪽으로 뜸. 종이책 쪽수와 상이함)
* 13/89
벤야민은 이야기의 몰락을 알리는 최초의 징후가 근대 초기 소설이 등장했을 때 나타난다고 보았다. 이야기는 경험을 먹고 자라며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승된다. "이야기의 서술자는 이야기할 내용을 경험에서 얻는다. 직접적 경험일 수도, 들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고는 자신의 그러한 경험을 다시금 듣는 사람의 경험으로 만든다." 이야기는 그 안에 든 풍부한 경험과 지혜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준다. 반면 허구에 기반한 소설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깊고 답답함'을 느러낸다. 이야기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반면, 소설은 고독과 고립에 처한 개인이 낳은 산물이다. 심리분석이 포함된, 그리고 해석이 곁들여진 소설과 달리 이야기는 서술적이다.
* 14/89
하지만 이야기를 최종적으로 몰락시킨 것은 소설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 등장한 정보다.
* 15/89
지루함을 허용하지 않는 오늘날의 과잉활동성 안에서 우리는 결코 깊은 정신적 이완 상태에 도달하지 못한다. 정보사회는 정신적 고도 긴장의 시대를 열고 있다. 정보의 본질이 다름 아닌 놀라움의 자극이기 때문이다.
* 23/89
정보는 시간을 잘게 토막 낸다. 시간은 현재의 좁은 궤도로 단축된다. 여기에는 시간적 폭과 깊이가 없다. '업데이트 강박'은 삶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과거는 더 이상 현재에 유효하지 않고, 미래는 최신의 것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며 그 폭이 좁아진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가 없는 채로 존재하게 된다. 이야기가 역사이기 때문이다. 응축된 시간은 경험분 아니라 도래할 시간인 미래 서사 모두 이루에게서 사라져 간다. 현시점에서 다음 현시점으로, 하나의 위기에서 다음 위기로, 하나의 문제에서 다음 문제로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다니는 삶은 생존을 위해 마비된다. 문제 풀기에만 몰두하는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 서사만이 비로서 우리로 하여금 희망하게 함으로써 미래를 열어준다.
* 29/89
디지털 플랫폼의 기술적 장치는 전체 삶이 기록화에 쓰인다. 즉, 삶 자체를 모두 데이터 기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 대한 데이터가 많이 모일수록 그 사람에 대한 감지와 제어는 더 잘 이루어지고 경제적으로도 더 잘 착취된다. 자신이 그저 노는 중일 분이라고만 믿는 포노 사피엔스는 실제로는 완전히 착취당하고 제어당하고 있는 것이다. 놀이터로서의 스마트폰은 디지털 파놉티콘임이 드러났다.
* 59/89
빅데이터는 사실상 설명하는 것이 없다. 빅데이터에서는 사물들 사이의 상관관계만이 파악된다. 그러나 이러한 상관관계는 지식의 가장 원시적인 형식이다. 상관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은 없다. 빅데이터는 사물이 왜 그렇게 서로 연관되어 있는지는 설명할 수 없다. 인과적 맥락도, 개념적 맥락도 생성되지 않는다. '어째서Wieso'가 '개념이 결여된 그것이 그렇다Es-ist-so'로 완전히 대체된다.
* 78/89
스토리셀링으로서의 스토리텔링은 이야기 공동체가 아닌, 소비사회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서사는 마치 상품처럼 생산되고 소비된다. 소비자들은 공동체, 즉 우리를 형성하지 않는다. 서사의 상업화는 이들에게서 정치적 힘을 빼앗는다. 그렇게 특정 상품에 공정무역과 같은 도덕적 서사를 씌워 도덕마저 소비 가능하게 만든다. 서사적으로 중개된 도덕적 소비는 그저 자기 가치만을 높일 분이다. 서사를 통해 우리는 서사를 발전시키는 공동체가 아닌, 자기 자신의 자아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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