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책 감상

불안 세대 - 현실로 돌아올 수 있을까

idtptkd 2024. 10. 2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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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세대 | 조너선 하이트 | 웅진지식하우스- 교보ebook

★아마존 논픽션 종합 1위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미국), 선데이 타임스(영국) 베스트셀러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강력 추천 “모든 부모는 하던 일을 멈추고 즉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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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지금의 SNS 형태를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다. 지금의 SNS처럼 무한의 스크롤이 가능한 서비스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다보니, 떠오른 일화가 있다.

  별로 친하지 않는 반 아이가 핸드폰 문자를 빌려줄 수 있냐고 물었다. 보내는 사람 번호를 자신의 번호로 하면, 자신이 보낸 것처럼 보낼 수 있기에, 나는 급한 문자이겠거니 생각하면서 빌려줬다.

  그 아이는 열 명이 넘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안부 문자를 보냈다. 고맙다는 짧은 인사와 함께, 그 아이는 자신의 핸드폰 액정화면에 빠졌다. 돌아오는 답장에 답장하기 위해. 그러기 위해 자신의 문자를 아끼고, 내 문자를 빌린 것이다.

  그 당시의 나는 호구인가?라는 생각도 드는 일화지만, 이 책과 함께 생각하니, 그런 아이가 SNS와 스마트폰으로 인해 더 많아졌을 거란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도 했다. 그 아이는 바로 옆에 있는 나와의 대화보다는 문자로 소통하는 친구들과의 표면적 연결이 더 중했다는 거니. 그냥 내가 싫었나?

  이 책은 스마트폰 보급으로 끊임없이 연결될 수 있었던 Z 세대(주로 미국)의 상황을 다루고 있다. 나는 대중적인 SNS를 검색 용으로 가끔 사용할 뿐, 이 블로그 외에는 게시글을 잘 올리지 않는다. 나 역시 익명 커뮤니티에 한참을 빠져서 온갖 쓸데없는 게시글과 댓글을 달면서 밤을 샌 적이 있다. 핸드폰 속 앱 알람을 쳐다보지 않으면 불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때의 나는 성인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이라면? 더 취약할 것이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성장 시기의 그 경험이 완전히 뇌를 바꿔놓거나, 향후의 인생에 대한 향방과 태도를 바꿔놓을 것이다. 책은 오프라인 삶, 현실의 삶에 돌아오기 위해, 학교에서 핸드폰 사용을 막고, 조금 위험하더라도 모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자고 주장한다.

  내 협소한 인간관계에서도 육아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육아의 주체는 '부모'와 '조부모'다. 그 외의 사람들은 육아의 주체가 아니다. 오히려 육아의 감시자들이다. 아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부모에게 말한다. 사회가 그렇게 몰아간다는 인식은 없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에 그랬다. 심지어 나는 어릴 때, 엄마의 심부름을 하고, 혼자 버스를 타고 학원을 다니기도 했는데. 그러다가 내릴 정류장을 놓쳐, 헤매다가 의경에게 길을 묻고(당시엔 경찰 아저씨라 생각했지만, '나도 잘 몰라'라고 답했던 걸 보니, 의경인 것 같다), 같은 번호의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온 나의 아주 소소한 모험을 기억한다. 여전히 길을 잃는 건 걱정되는 일이지만, 두려운 일까지는 아니다. 어떻게든 찾아가 수 있으니. 그런데, 아이들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 전에 길에 혼자 다니는 아이를 신고하는 상황이 미국이 아니라 우리나라도 그렇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도둑맞은 집중력'과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가 떠올랐다.

  '도둑맞은 집중력'은 SNS와 스마트폰이 파괴한 우리의 일상을 말한다. 이 책은 파괴된 아이들에 대해 말한다. 아예 버릴 수 없지만(어쩔 수 없이 일하는 직장인이 연락을 끊은 채 살아갈 수 없다.) 그럼에도 경계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이 책의 여자아이 파트에서 떠올랐다. SNS 속 정제된 여성상을 보며, 사회적 압박과 함께 우울에 빠지고, 자살을 시도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씁쓸했다. 나는 사실 외모 경쟁에서 도망치려 했다. 일부러 투박한 옷을 입고, 예쁜 아이 리그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것 또한 외모 강박을 강하게 인지하고, 내 삶에 영향을 끼쳤다는 걸 지금은 안다. 지금의 아이들은 그걸 더 강하게 느끼지 않을까? 나는 고작 우리 학교 정도 안에서 비교를 했지만, 이제 아이들은 SNS의 온 세계, 그것도 필터된 미적 기준과 제 스스로 비교하고 절망할테니.

  나는 교육계도, 육아를 하는 입장도 아니라, 이 책을 조금을 떨어져서 읽었지만. 그래도 씁쓸하긴 하다. 스마트폰에 직접적 영향을 덜 받은 세대임에도, 나도 화면 앞에 너무 오래 있었다. 그래도 나는 어딘가 고정된 화면 앞이었지만, 이제 온 일상에 그 작은 액정 속에 갇힌 아이들은 과연 눈을 떼고 하늘을, 그리고 옆의 친구를 봐줄까?

  글쎄. 그 답은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알겠지만, 많은 것을 잃어버린 뒤라는 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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