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책 감상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 그럼에도 계속 한다면

idtptkd 2024. 10. 1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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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 이연 - 교보문고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 그림을 그리는 기술보다도 그리는 마음을 이야기하는 크리에이터, 53만 구독자에게 그리는 삶을 선물한 그림 유튜버 이연의 첫 번째 책이연은 53만 명의 구독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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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가를 알게 된 건, 클래스101(온라인 학습 사이트)을 통해서였다. 나는 이상하게 그림을 못 그린다는 열등감이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내가 그림과 관련된 꿈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나는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격 바코드처럼 내게 붙여놨다. 어쩌면 자학하는 게 취미였는지도 모른다.

  애석히도 나는 클래스101에서 이 작가의 강의를 즐겨찾기를 해놓고 플레이하진 못 했다. 세상에는 너무 재미난 게 많았던 탓이었다.

  그 뒤 이 작가를 본 건, 유투브 알고리즘을 통해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방법'을 다룬 영상이었다. 선으로 그리는 그림과 나긋한 말. 그게 이 작가에 대해 알게된 전부였다.

  이 책을 사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평소의 나는 하이센스 A5(전자책 패널이 달린 핸드폰)을 가지고 다녔다. 가벼운 사이즈, 어디든 독서가 가능하다는 것만으로 왠지 나의 정체성 중 하나를 지키는 느낌이었다. 나는 책 욕심에 비해서는 독서량은 매우 한미하다. 이 또한 나의 자학 취미 중 하나인 나에 대한 거짓말일 수도 있긴 하지만.

  그러던 중 나는 약속 시간이 붕 뜨며, 이동 시간마저 많이 걸리는 상황에서 내 하이센스 A5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핸드폰은 책 읽는 용도가 아니었다. 내 가방에는 '책'으로 불릴 게 없었다. 읽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 내게 '책'이라 불릴 만한 뭔가가 있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 내 이동 시간 동안 읽은 책을 골랐다. 그러다 이름이 익은 이 작가의 책을 골랐다. 제목 역시 한 몫을 했다. 위의 '책을 읽을 수 없는 상황'과 '독서가는 아니지만 독서가인 척 하는 나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내 두려움이 이 책의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가.

  그리고는 나는 이동하면서 이 책을 읽지 않았다.

  말했듯이 나는 책 욕심은 있어도 독서 욕심은 없었다.

  그러다 이번 주 평일에 이 책을 책장에서 꺼냈다. 왜 꺼냈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안 읽고 쌓여있는 책들에 대한 죄책감 탓인지, 아니면 다시 제목에 끌린 건지. 솔직히 말하면, 글을 쓰겠다고 다짐만 하고 실천하지 못 하는 내 모습이 너무 싫어서였을 거다.

  오늘 아침, 생각보다 일찍 눈이 떴고(주말 기준)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도 이 책을 마저 읽었다. 읽는 동안에는 '창작자의 불안'에 위로를 얻고, 그럼에도 계속 걸어간 사람의 '성실에 대한 경이'를 보았다.

  이 책은 그림 그리기에 대한 책인 동시에, 두려워도 계속 조용히 나아간 사람의 이야기다. 거기에 엄청난 감동과 감정의 소용돌이는 없다. 그렇지만 그 자리에 계속 있어줌으로써 안도감을 주는 나무나 자연처럼, 사람을 진정시켜주면서도 다시 뭔가를 시작하게 해주는 응원은 있다.

  흰 화면을 무서워하다 못 해, 블로그도 내팽겨치고 있다가 다시 잡담 가득한 이 리뷰를 쓰게 해주는 힘이다. 이 책이 주는 힘이란.

 

책 내용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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