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876552
22쪽
재능은 지속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 재능만 믿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과, 그저 묵묵히 해온 사람 간에 차이가 드러난다. 재능이 예술의 완결성을 보장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든 지나고 보면 오래 버틴 사람이 잘하는 사람이다. 노력은 진부한 단어지만 그게 어렵다면 빠른 포기가 최선이다. 포기할 수 없다면? 망설일 시간이 있을까.
40쪽(이 부분은 입문용 미술도구를 추천해주는 장인데, 그 중 내가 흥미가 간 미술 도구에 대해서만 발췌)
소묘
연필 – 톰보
미술학원에 처음 들어갔을 때 받게 되는 미술재료는 톰보 4B연필이다. 적당히 무르며 연한 표현과 중간톤, 진한 표현까지 다 할 수 있다. 손에 힘이 많아서 종이가 금방 까매진다면 톰보 2B를 사용해도 좋다.
노트 – 아트 메이트
알파문구에서 판매하는 드로잉북이다. 앞면이 하드커버라 그림이 구겨지지 않고 노트의 형태로 소지할 수 있어 보관도 용이하다. 드로잉북을 고르는 데에는 선택의 폭이 정말 넓다. 본인이 애착을 갖고 그릴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좋다. 조금 더 값을 지불하면 하네뮬레 노트와 몰스킨 스케치북이 있다. 두 종이에는 물감 사용도 가능하다.
지우개 – 톰보
미술용 지우개가 따로 있다. 톰보 지우개가 무난하며 보통 한 줄 단위로 판매한다. 한 번 사놓으면 아주 오래 쓸 수 있다. 일반 문구용 지우개보다 무르고 부드럽게 잘 지워진다. 스케치를 지울 때는 너무 세게 문지르면 종이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면적을 넓게 해서 살살 지우는 것이 좋다. 소묘로 그린 부분에 하이라이트를 표현할 때는 지우개를 잘라서 날카롭게 사용한다.
펜화
수성펜 – 펜텔 트라디오
내가 주로 드로잉을 할 때 쓰는 펜이다. 펜치고는 가격대가 조금 높지만 한 번 구매한 후에는 좀 더 저렴한 리필 심을 구매하여 교체가 가능하다. 만년필과 비슷한 느낌의 표현이 가능하며 강약 조절이 용이하고 그립감이 좋다.
기타 건식 재료
색연필 – 프리즈마 유성 색연필
색연필은 사용하기 쉬우며 섬세하고, 따뜻하다는 장점이 있다. 여러 멋진 색연필들이 있지만 나는 그중 프리즈마 유성 색연필을 추천하고 싶다. 발색이 선명하며 가격도 괜찮고 색상 스펙트럼이 넓다. 수채 색연필은 유성보다 조금 더 연하고 물감과 혼용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색연필로만 그림을 그릴 것이라면 유성을 추천한다. 프리즈마의 멋진 틴케이스 세트를 본다면 어느새 당신이 120색 구매 버튼을 찾고 있을 것이다.
62쪽
당신이 지금은 그림을 가장 좋아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미래에는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이것은 슬픈 일이 아니다. 아주 자연스럽고 오히려 즐거운 일이다. 돌고 돌아 꿈을 찾았으니까. 그러니 ‘미술을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나중에 미술로 성공하지 못해서 아무것도 못 하는 인간이 되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길을 정해서 걸어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길이어도 충분히 용기를 갖고 도전할 수 있다. 그리고 그림을 배운 경험은 어느 분야에서든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다른 진로를 탐색하게 된다면, 그때 자신을 그림밖에 모르는 인간이 아니라 그림도 그릴 수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그림은 당신이 배신했다고 가차 없이 떠나는 존재가 아니다. 언제나 손안에 있으며 이따금 큰 위로가 될 것이다.
66쪽
유창해지면 즐겁다.
뭐든 잘하기 전엔 재미가 없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분명 흥미로 시작하겠지만 점점 높아지는 안목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당신의 손을 원망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주변에 잘 그리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고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아득하여 걷기도 전에 기진맥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 기억하자. 잘해야 즐거워진다. 그림이 정말로 지루하고 재미없을 가능성보다 당신이 아직 즐거울 만큼의 실력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높다. 잘하게 되는 방법이야 간단하다. 매일 하는 것.
118쪽
매번 비겁하게 가장 힘든 순간에 그림을 찾곤 했고, 그림은 못 이기는 척 다시 손을 내밀어 주었다. 한때 친구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나의 세상에서 그림을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아. 근데 그림이 나에게나 중요하지 세상은 내 그림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아. 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 애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그림 때문에 너를 좋아한 게 아닌데.
142쪽
밋밋하고 단순한 모양을 좋아하는 것도 내가 갖고 있는 ‘그림 그리는 사람은 이래야 해’라는 편견에서 어긋난 부분이었다. 뭔가 톡톡 튀고 자세히 묘사되어 있고 디테일이 강한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나는 항상 이게 다 그린 건데요, 하고 그림을 내밀었다. 학원에서 선생님들이 말하는 완성도라는 것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선생님들도 그냥 나처럼 딱 여기까지만 그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림의 끝은 화가가 정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남들이 미완이라고 말해도 화가가 이게 완성이라고 말하면 완성인 것이다. 왜냐면 그걸 만든 사람이 제일 잘 아는 사람이니까. (여러분이 삶을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남들이 말하는 것이 반드시 정답일 수는 없다. 직접 살아본, 살아갈 사람이 진정 판단할 권리가 있다.)
184쪽
팔로워가 5년 동안 겨우 600명 남짓했던 인스타그램 하나를 갖고 있었지만, 거기에 그림을 올린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은 내가 꾸준히 그림을 그리는 이라고 인지했다. 그렇게 기억되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그림 이야기를 할 때 우연히 ‘아, 내 친구 중에도 그림 그리는 애 한 명 있는데’ 하면서 나를 떠올리게 도니다. 쟤가 그림도 그렸어? 이게 아니라 맞아, 쟤 계속 그림 그려왔지,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몰래 숨어서 연습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잘 그려서 깜짝 놀라게 하려는 생각 따위는 하지 마라. 자연스럽게 항상 그리고, 성장하는 과정까지 남들에게 다 보여줄 것. 그것이야말로 강하고 확실하게 기억에 남는 방법이다.
‘작가가 되는 것’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작가로 불리는 것’은 남들의 기억에 남아야 한다. 나는 그림을 거의 24년 남짓 그려왔으나 작가로 불린 지는 2년이 채 안 되었다. 당신이 그저 그림을 그리는 일에만 만족한다면 남들에게 그림을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일이 나를 설명하길 기대한다면, 그림을 보여주고 공언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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