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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토끼는 엄격한 초식동물이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설치류’가 아닌 ‘토끼류’에 속합니다. 토끼 기르기 안내서인 『행복한 토끼들을 들을 위한 지침서』는 “야생에서는 토끼류들이 종일 햇볕을 받은 신선한 풀을 먹고 산다. 따라서 토끼에게 먹이를 줄 때는 건초를 기본으로 한다”고 설명합니다.
(중략)
야생의 토끼는 땅속뿌리를 거의 먹지 않습니다. 당신은 뿌리이므로 당연히 토끼는 당근을 먹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당근은 토끼에게 해롭습니다! 당분이 많은 당근은 많이 먹으면 비만, 위장장애, 충치 등의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28쪽
동물이 도구를 사용하지 않거나 인간만큼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은 (“로켓을 만드는 동물은 없잖아!”라고 한 친구는 내게 항변하기도 했다.) 아마 도구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간단한 이유다.
29쪽
저는 지능을 개인이나 종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모든 행동들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가장 짧은 기간에 우리가 속한 생태계를 파괴했어요. 진화의 척도로 굳이 우열을 따지자면 우리는 가장 똑똑하기보다는 가장 멍청한 동물에 가깝습니다.
41쪽
아직 알에서 깨어나지 않은 새끼와 대화하는 오스트레일리아 새 얼룩말핀치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어미 새는 울음소리를 통해 새끼에게 바깥의 기후를 알려주는데, 가뭄이 너무 심하면 특별한 소리를 내어 이를 알려준다. 그 결과, 놀랍게도 배아의 성장이 느려지게 되는데, 이렇게 새끼는 다른 때보다 작게 태어남으로써 생존이 쉬워진다.
42쪽
동물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여기 더해 마테봉은 더욱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 동물과 인간이 공조를 주고받은 사례가 어려 문건에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모잠비크에는 큰꿀잡이새가 살고 있다. 이 새는 벌들이 벌집을 위해 만들어놓은 밀랍은 좋아하지만 안타깝게도 벌집에 접근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밀랍은 보통 나무 구멍에 숨겨져 있고 꿀벌들이 새가 가까이 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달은 큰꿀잡이새는 협력할 인간을 찾는다. 한편, 모잠비크의 한 마을 주민들은 자연 꿀을 채취하기 위해 벌집을 찾아다닌다. 인간은 벌에 쏘이지 않고 나무에 달린 벌집을 따내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큰꿀잡이새는 꿀 사냥꾼보다 훨씬 쉽게 벌집을 찾아낼 수 있다. 이러한 상호 보완적인 기술 덕택에 멋진 협업이 기술이 탄생한다.
(중략)
새는 시끄럽게 울면서 나무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닙니다. 그리고는 사람들이 알고 찾아올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리죠.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 사냥꾼들은 방호복을 입고 도구를 갖춰 벌집의 꿀을 채취합니다. 그리곤 밀랍판을 새가 먹을 수 있도록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죠. 모잠비크의 꿀 사냥꾼들은 큰꿀잡이새를 유인하는 독특한 울음소리를 냅니다. […] 이 새는 다른 소리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아요. 사냥꾼들은 이 은밀한 소리가 아버지가 자신들에게 가르쳐 준 것이라고 말합니다.
58쪽
아무리 규정이 있다고 해도 죽음의 공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일반 대중에게 보여주면 안 된다는 것을 농식품업계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도축장의 차단된 벽 뒤에서 일어나는 현실을 소비자가 직접 볼 수 없을 때에만 축산 경제는 유지될 수 있다. 그래서 아무리 기준을 높이고 규제를 강화해도 지금처럼 많은 고기가 소비되는 한 동물은 생명 아닌 물건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다.
65쪽
프랑스에서 돼지의 95%는 외부 출입이 금지된 폐쇄 건물에서 배설물만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일종의 격자 철망 위에서 살고 있다. 이들에겐 몸을 누일 짚단조차 제공되지 않는다. 육계 농장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육계의 80%가 제곱미터당 최대 22마리 밀도의 공간, 즉 닭 한 마리당 A4 용지 한 장에 해당하는 공간에서 생활한다. 염소는 어떤가? 그들의 60%는 축사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칠면조의 97%가 그렇다. 토끼는 상황이 더 시맊해서 99%가 밀도 제한이 없는 우리에 갇혀 사육된다. 산란용 닭들은? 거의 절반이 건물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 어림잡아도 프랑스에서 매년 도살되는 10억 마리의 가축 중 약 1억5천 마리만 바깥세상을 구경할 수 있고 8억5천만 마리 이상은 평생 갇혀 있다가 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눈에 띄지 않으면, 그리고 카메라만 벗어나면 이 모든 것이 없는 일이 된다.
73%
내가 생각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거나 귀를 막지 않고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하나 이상의 선택을 통해 소비 습관을 변화시킬 수 있다. 나는 채식주의를 선택했다. 다른 이들은 육류나 생선 구매를 대폭 줄임으로써 실천할 수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비건 채식주의자가 될 수는 없다. 진정성을 과시하기 위한 경주는 사람을 쉽게 지치게 한다. 충분해 보이지 않아도 긍정적인 시도 자체는 박수 받을 만하다.
81쪽
도덕적 면허는 어떤 이타적 행동 때문에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 사람이 가치관에 반하는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개나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은 자신을 동물의 수호자로 여기기 때문에 오히려 고통 속에 죽임을 당한 다른 동물들을 죄책감 없이 먹을 수 있다. 나는 동물을 사랑하고 매일 그것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에 자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82쪽
리액턴스는 간단히 말해 자신의 자유를 위협한다고 여겨지는 악의적인 말들에 맞서기 위해 그와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동물 복지를 개선하자는 요구에 대한 반응으로 자주 나타난다. 일부 활동가들은 비건 채식만이 옳은 길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육식을 ‘살인’에 비유하는 심한 말을 내뱉기도 한다. 여기에 선택의 자유를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육식을 지속하거나 오히려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외부의 압력에 ‘저항’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자신의 믿음을 강화하는 것이다.
채식주의자가 되기 전, 나도 고기 먹는 사람을 흉악범 취급하는 일에 분개하곤 했다. 대체 누가 그런 결정을 강요할 수 있단 말인가? 다른 주장에 대한 성찰이나 이성적 분석보다 반발심이 앞섰던 것이다. 내가 채식주의자가 된 것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식품 산업의 현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나를 이끈 것은 금지가 아니라 정보였다.
88쪽
수영장의 맑고 푸른 물이 보이죠? 관람객에겐 동물들이 잘 보여서 좋지만 돌고래에게는 지옥과도 같아요. 투명함을 유지하려면 염소 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펨케가 보이는 행동은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신호이지요. 몸이 변형되는 호르몬 질환을 앓고 있기도 하지만, 동료 돌고래들과 교류하지 않고 저렇게 줄곧 엎드려 있는 건 마음이 병들었다는 얘기예요. 다른 돌고래들을 보세요. 몇 시간씩 원을 그리며 돌아다니잖아요.
92쪽
릭은 만나는 사람마다 돌고래는 인간과 달리 반사 호흡을 하지 않는다는 걸 이야기한다. 죽음에 이를 때까지 스스로 숨을 쉬지 않기로 결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돌고래 캐시는 자살한 것이다.
94쪽
반쯤 열린 뒷문으로 고개를 내민 코끼리 베이비는 몇 시간 동안 코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흔드는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좁은 공간에 갇힌 동물들의 의미 없는 반복행동을 전문가들은 ‘스테레오타이피(상동증)’라고 부르는데, 심리적 고통의 징후로 알려져 있다.
101쪽
많은 시설들이 고객을 끌기 위해 자신들을 ‘쉼터’라고 소개한다. 여기에 속지 않으려면 간단한 규칙만 기억하면 된다. 맹수나 코끼리와 같은 야생동물과 직접 접촉하거나 사진 촬영을 하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면 이곳은 동물을 보호하는 곳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136쪽
적색목록(Red List)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은 야생종의 멸종을 방지하고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하여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의 보존 상태를 분류하는 적색목록을 발표하고 있다. 이 적색 목록은 멸종 위험도가 높은 순서에 따라 절멸(EX: Extinct), 야생절멸(EW: Extinct in the Wild), 위급(CR:Critically Endangered), 위기(EN: Engarded), 취약(VU: Vulnerable), 준위협(Near Threatened, NT), 최소관심(LC: Least Concern), 정보 부족(DD: Data Deficient), 미평가(NOT EVALUATED, NE)의 9개로 분류된다.
148쪽
사슴과 노루가 비난받는 주된 이유는 나무의 새순을 먹어 숲의 재생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 동물들이 새싹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먹는 새싹은 주로 삼림조성지나 목재를 위해 벌채된 지역의 식물들이다. 나무를 베지 않은 오래된 숲은 밤비와 그 가족들의 식탐으로 인해 고통받지 않는다. 인간들이 벌여 놓은 생태계 파괴와 서식지 침범의 책임을 야생동물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는 것이다.
153쪽
사냥꾼들은 사냥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해 “해로운 동물들”을 입에 올린다. 인간이 만들어낸 이 용어는 실소를 자아낸다. 지구상에 가장 해로운 동물이라면 그것은 틀림없이 우리 인간일 것이다. 자기 생존의 터전인 환경을 파괴하고 함께 사는 생명체들까지 멸종시키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155쪽
여우를 해로운 동물로 분류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사냥꾼들의 진짜 분노 이유는 이 포식자들이 사냥을 위해 풀어놓은 농장 가축들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사실 여우는 길을 잃은 꿩과 자고새를 즐겨 먹이를 삼는다. 잡기 쉽고 대량으로 포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생존을 위해 사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인간 사냥꾼이 소유물이자 오락거리로 생각하는 동물을 사냥감으로 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여우가 그토록 끈질기게 죽임을 당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인간들의 취미생활을 지키기 위해서다.
174쪽
유엔 과학자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지구 생태계의 75%가 인간의 활동으로 파괴되었으며, 앞으로 몇십 년 안에 1백만 종에 가까운 동식물이 서식할 땅이 없어 지구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세계 야생 척추동물의 개체수는 1970년에서 2014년 사이에 60%가 감소했다. 이런 감소의 주요 원인은 토지의 변화, 즉 야생 지역이 경작지나 도시로 변했기 때문이다.
183쪽
과학자들은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고 수십만 종의 생물을 멸종으로부터 구하려면 지구 표면의 30% 정도가 보호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아직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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