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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트렁크'의 스토리 일부를 담고 있어, 일부 반전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이 넷플릭스 드라마 '트렁크'의 원작이라고 해서 읽었다. 정작 드라마는 안 보았지만, 택시의 문에 '미스터리 멜로'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는 보았다. 우선 이 책 자체는 미스터리 멜로라 할 수 없다.
대여하는 배우자라는 컨셉으로 초반을 사로 잡았지만, 정작 내게 충격적이었던 건, 주인공을 둘러싼 다정한 것들이 주인공을 몰아가는 모습들이었다.
주인공은 오히려 업무로 만난 한시적 배우자(일종의 고객이다)에게는 감정적 거리를 둘 수 있었다. 그렇지만 자신의 부모, 친구에게는 그 거리를 두기 힘들어하며, 죽은 친구에 대한 죄책감까지 이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를 괴롭히는 스토커 소개남도 그녀를 너무나 챙기며, 심지어 사랑하는 친구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다. 그 친구는 주인공에게 이상한 사람을 소개함으로서 외려 자신을 봐주길 바랐지만, 주인공에게는 또 다른 부채만 계속 안길 뿐이었다.
이야기는 죽인 친구에 대한 진실, 주인공과 절친한 친구의 관계의 비밀, 발휘한 동정심이 만들어낸 교살에 가까운 긴장과 고통을 만들어내면서, 이야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지만, 읽고 나면 '하, 진짜 미친 X들과 어울리면 안 되는 건데'라는 생가과 '아니, 근데 미친 X인지 모르고 있던 사람이 미친 X면 어쩌냐고'라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분명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힘이 굉장히 강력하나, 읽고 나면 '내가 뭘 읽은 건가'라는 생각이 남는 소설이다. 근데, 다시 말한다. 어쨌든 미친 X라고 판단이 들면, 도망치고 다시는 얽힐 생각하지 마라. 소설 속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게 소름이 돋는 건 보통 현실도 그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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