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책을 이렇게 열심히 읽을 생각은 없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책을 사는 속도는 독서 속도를 능가했기에, 읽어야 할 책은 쌓여있었다. 게다가 게으름으로 책 리뷰를 남기지 않고, 그나마 책에 문구를 메모하면 다행이었다.
책을 볼 때는 아예 공부할 책과 한 번 읽고 말 책으로 놔둔다. 나는 뭔가를 여러 번 보는 걸 지루해야한다. 영화, 드라마, 책 전부. 한 번 보면 다시 같은 걸 보지 않는다. 그래서 공부할 책이라고 생각하면 형광펜과 얇은 볼펜을 챙겨서 책에 마구 메모를 한다. 한 번 읽고 말 책이라고 생각하면, 플래그를 챙긴다. 플래그로 나중에 메모해둘만한 부분을 표기하고 넘긴다.
그리고 아래가 현재 '도둑맞은 집중력'을 공부할 책이 아닌 한 번 읽고 말 책으로 잘못 판단한 나의 결과이다.
도저히 메모들을 옮길 엄두가 나지 않은 나는 책을 간단히 정리해서 리뷰를 남기는 쪽을 택했다. 그래서 간단히 정리해보자며 간만에 어설프게 아이콘 범벅의 정리를 시작했다. 그게 이 포스트 가장 위의 그림이다.
이 책을 사게 된 건, 의외로 별 거 아닌 이유였다. '집중맞은 도둑력'이라는 북커버를 사은품으로 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 소식을 듣고 갔을 때에는 온갖 서점에서 다 북커버는 품절이었다. 하지만 책에 대한 호기심은 충분히 차올랐다. 흥미가 있을 때, 책을 읽어야 한다. 나중에 읽어야지~하면 의욕도 없고, 안 읽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금 18,800원(정가)는 아니지만, 이리저리 서점 포인트와 행사를 긁어모아 책을 샀다. 적어도 알라딘 중고서점 최상 가격 9,300원(23.7.31 기준)보다는 비싸게 말이다.
처음에는 다소 예상했던 이야기가 나왔다. 핸드폰 사용량을 3시간은 가뿐히 넘는 사람으로서, 핸드폰에 정신이 쏠려 온갖 집중력을 읽는 모습. 책조차 제대로 읽지 못 하는 나. 과거의 나는 앉은 자리에서 가볍게 책 한 권은 재미나게 읽었던 거 같은데! 정작 책을 읽는 시간보다 책을 고르려고 하다가 딴 짓하는 시간이 더 많이 드는 인간. 그런 모습이 보였다.
저자는 과감히 디지털디톡스를 실천해보려 하지만,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다. 나는 SNS를 거의 하지 않는 편이긴 하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계정만 있을 뿐이니까. 그렇다고 핸드폰을 손에 놓고 편하게 살진 않는다. 들여다보고, 들여다보고.
인간은 자극에 쉽게 반응하게 되어있다. 핸드폰을 수직으로 끌어올리거나 내려서 새로운 컨텐츠를 무한에 가깝게 허덕이며 먹게 되어있는 거다. 그리고 그런 인간의 관심은 온갖 테크놀러지의 먹잇감이 되어있었다. SNS의 피드가 시간순서가 아니라 사용자의 흥미를 계속 끌어서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점. 사진에 해시태그되었다는 알림에 사진은 보여주지 않고, 앱에 접속하게 만드는 점. 끊임없이 연결되고, 끊임없이 관심을 갈취하는 SNS. SNS가 대표적인 것 같지만, 온갖 쇼핑사이트도 마찬가지였다.
핸드폰과 어느 정도의 데이터 요금만 있으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 속에서 우리는 '눈에 보이는' 지불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누적되는' 우리의 집중력과 청구서들이 쌓이게 되어있었다.
감시 자본주의.
나는 이 말을 이 책에서 처음 봤다. 무엇을 감시한단 말인가. 그것은 '소비자'를 감시하는 거였다. 감시라는 단어가 소름끼친다면, 아마 당신은 감시당하는 '소비자' 쪽일 것이다. 우리가 시간을 쏟는 SNS와 온갖 환경들은 우리를 우리 자신보다 더 자세히 안다. 헤어핀이라고 찾자마자 온갖 헤어핀 구글 광고를 만나게 될 거고, 친구의 수영장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자마자 호캉스를 즐기라는 광고가 당신을 유혹할 것이다.
그렇다. 그들이 무상으로 제공했던 서비스의 진짜 고객은 우리가 아니라 광고를 실어주는 '판매 기업'들이었던 거다. 거기에 우리는 우리의 시간과 모든 집중력을 내어준다. 그리고 그들의 실적까지 올려주고.
여기까지는 SNS를 최대한 줄이려고 한 나 자신의 노력으로 끝날 수 있을 것도 같다.(물론 이 책에서 그리 말하지 않는다!) 애석히도 우리 환경은 퇴근 후에서 긴급 연락을 받아야한다.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어디에도 쉴 곳이 없다는 의미가 되었다. 번아웃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일상적인 용어가 된 것처럼, '바쁘게 사는 게 최선'이고, 당연히 유능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바쁘게 살아야한다. 비상근무를 365일 하는 것만 같은 환경에 노출되고, 그런 걸 권장한다.
주어진 시간이 있으면, 그 어느때보다 바쁘게 일해야만 한다. 애석히도 지금 리뷰를 쓰는 나 역시 이 리뷰가 일은 아니지만, 내게 주어진 쉬는 시간을 제대로 쓸 줄 몰라서 이렇게 리뷰를 남긴다. 쉰다는 것을 잊어버린 거다. 뭐라도 해야할 것 같다.
그런데, 이게 내 성격일까? 아니면 주변 환경이 주입하고 세뇌시킨 시간에 대한 강박일까?
내몰린 사람은 점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주어진 시간에 깔끔하게 일하고 일어나기는 점점 힘들어진다. 우리는 불안의 시대를 살아갈 것이고, 앞으로도 제대로된 판단이 없다면(제대로 판단하길 바라지만, 내 가치관과 반대되는 사건이 터지는 이 현실에서 그런 기대를 과감히 품어보기엔 어렵긴 하다) 불안을 넘어 무신뢰 사회를 살아가게 되어야할 거다. 결국 자기 자신을 갈취하고, 갉아먹고, 짜내는 건 일반 사람들의 몫이고.
정말은 업무에 대한 사회 문화만이 아니었다. 우리는 점점 싸고 영양따위 없는 지방 덩어리, 당류, 설탕 뭉치를 먹고 산다. 3살 아이의 간 사진이 마치 알콜중독자의 간 사진과 다를 바 없이 보이는 환경에 놓인 거다. 어디에서 나온 말인지 모르나,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가 된다는 말처럼, 집중력을 발휘하고 싶어도, 당에 취하고, 당에 중독되는 인간으로서는 오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이 책의 후반에는 슬프게도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단순히 일에 치이고, 사회에 치이는 어른들의 집중력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어릴 때만해도 ADHD라는 단어를 들으면, 고등어에 많이 들어있다는 DHA나 떠올렸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흔한 단어가된 ADHD. 나는 이게 질병인 줄 알았으나, 이건 '증상'이었다. 집중을 하지 못하는 '증상'. 우린 이런 증상의 원인을 해결하기보다는 그저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약을 먹인다. 뇌의 스위치를 꺼버리는 것 같은 약을. 아이들에게. 계속.
아이들은 약을 먹고 얌전해진다. 인간을 기계처럼 보듯이, 약이 주어지면 얌전한 아이가 결과로 나오는 것 같이 본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미쳐 뛰어다니는 건, 어쩌면 당연히 아이들이 뛰어다녀야할 곳이 없기때문은 아닌가?
나는 아이가 없지만, 아이가 있다면 매번 천인공노할 범죄가 일어나는 밖에 쉽게 내놓지 못할 거다. 그런데 아이들은 부모 없이 뭔가를 시도하면서 배운다. 부모의 보호가 없는 곳에서 위험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야만 배우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부모의 감시 아래에 놓인다. 위의 '감시 자본주의'에서 꺼름찍했을 사람들도 여기서는 당연히 아이들은 '감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 읽는 나 역시 혼란스러웠다. 분명 아이들은 '보호 받아야' 하지 '갇혀있어야' 할 건 아니다. 그럼에도 해결책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편하게 잘 지내야함을 아는데도, 나의 불안과 사회에 대한 무신뢰가 점점 가상의 아이들에게 규율을 만들고 조였다.
세상에. 그렇게 해서 우리는 '갇힌 미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결국 아이들은 다시 커서 우리보다 더 갇힌 스마트폰 세상으로 들어가겠지.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의 집중력이 어마어마한 향상을 보였다!
이런 광고같은 말은 할 수 없다. 내돈내산한 책을 그렇게 칭송하고 찬양해봤자, 나한테 남는 게 뭐 하나 있나? 다만 나는 내가 생각보다 거대한 세력(그들은 그렇게 세력을 이룰 생각은 안 했겠지만!)과 싸우고 있다는 걸 알았다. 여전히 내 핸드폰 사용 시간은 3시간이 넘고, 어제는 무려 5시간이나 되었지만, 내가 처한 문제의 뿌리가 생각보다 사방에, 그것도 깊이 있다는 걸 알았다.
만약 누군가 책 한 권 정도 읽을 시간이 있고, 의향도 있다면, 이 책을 과감히는 아니더라도 조심스럽게 권해보려 한다. 당신의 핸드폰 사용 시간이 3시간이 넘고, 책 한 권 읽기 힘들다 느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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