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미 153 만년필을 보내주었다.

https://www.monamimall.com/w/product/productDetail.do?goodsNo=MG000000008 

모나미몰 - 라이프스타일 편집샵

 

꽤 몇 년 전에 만년필에 취미를 붙였을 때 구매했던 거였다.

엄청난 고가도 안 사고, 자잘하게 사던 때에 내 손에 들어왔다.

아쿠아프레시 색상의 만년필에 디아민 잉크 피콕 그린을 넣어서 회사에서 마구 굴렸다.

쓴 것만 따지면 가지고 있는 만년필 중에 가장 많이 썼을 거 같다.

그리고 가장 험하게.

 

거의 반년째, 주말만 지나면 말라버리는 잉크와

그렇게 많이 쓰지 않았음에도 빠르게 졸아드는 컨버터 속 잉크를 보면서 예상은 했다.

캡에 결함이 생겼다고.

 

그리고 한 달 정도 전이었나?

컨버터를 보려고 몸체를 돌리는 순간,

뚜껑에 간 실금이 벌어지는 모습을 보았다.

 

그럼에도 계속 쓰다가, 어제 잉크가 또 다 떨어졌다.

 

오래 쓴다는 의미로 만년필이지만,

제대로된 관리가 없으면 무용인 건 마찬가지.

험하게 쓴 만큼, 캡을 꽂은 채 몸체를 돌려버린 탓일까,

캡 상태는 좋지 않았다.

 

입문을 하고는 깔짝 거리다가 심화까지는 못 들어간 만년필 취미인인 나에게도

세척을 위해 물을 넣는 순간,

클립 부분에서 물이 새어나가는 게 보였다.

아... 밀폐는 되지 않아, 잉크가 결국 졸아들었구나.

 

https://www.monamimall.com/w/product/productDetail.do?goodsNo=MG000006789 

모나미몰 - 라이프스타일 편집샵

 

모나미몰에서는 DIY를 위해 캡을 별도로 판다.

캡만 문제였다면 해결할 수 있었다.

 

그 다음 문제는...

컨버터였다.

 

모나미 만년필 컨버터는 국제표준을 지키기때문에

다른 만년필에서도 쓸 수 있다.

열심히 세척해서 보관해두려 했지만,

이게 뭔가.

피스톤 위에 고이는 잉크가 보였다.

 

애석히도 컨버터를 분해할 기술이 없는 나에게는

어떻게든 그 곳에 고인 잉크를 털어보려 했지만,

결국에는 돌아오지 못하게 컨버터를 망가트리는 꼴이었다.

 

그럼에도 닙은 멀쩡하다하지만,

캡이 없는 만년필을 딥펜처럼 쓸 기력은 없었다.

 

깨끗이 씻어 말렸지만,

결국에는 보내주었다.

 

제 기능을 못 하는 걸, 애매한 감정으로 가지고 있어봐야

오히려 가진 것들을 못 쓰니까.

 

그럼에도 미니멀리스트라도 된 것 마냥 보내주는 물건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

 

고마웠어.

업무 시간 중 메모에 아무렇지 않게 필압을 주며 썼음에도

잉크를 예쁘게 남겨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