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끼적

963MB의 이글루스 백업 파일

idtptkd 2023. 7. 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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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스 백업을 아마 수요일쯤 신청했을 거다.

그리고 오늘 들어가니 이제야 백업 파일 다운로드가 가장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이글루스로 넘어가면서는

네이버 블로그의 비공개 글 빼고는 모든 글을 직접 일일히

복사 붙여넣기 하면서 옮겼다.

 

당시 나는 에너지가 남았고

특히 분노를 할 기력이 넘쳐났다.

 

블로그 이름이 헤더에 제대로 뜨지 않는 네이버 따위 쳐다도 보지 않으리라.

내가 열심히 쓴 포스터 하나 네이버에 넘겨주지 않으리라.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노는 사그라들고

자신에 대한 강한 자의식과 자신감 역시 누그러든다.

 

이글루스의 종료를 공지를 통해 보고 이미 알았지만

963MB의 백업 파일을 받는 과정은 기분이 이상하다.

 

한 때는 열심히

대부분은 게으르게

블로그를 운영했었다.

 

머리가 굵어지고

웃음을 짓는 볼살이 빠지고

직장인의 피로가 쌓이면서

블로그에 올릴 수 있는 글이 점점 줄어들었다.

 

어떤 때는 에너지 부족으로

어떤 때는 걱정 과다로

포스트를 올리지 않았다.

 

아직도 마음은 조급하다.

뭔가 기록을 많이 남겨야할 것 같고

부지런히 시간을 써야할 것 같다.

 

그럼에도 963MB의 기록을 짊어지니

한 편으로는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많은 용량이기도 하지만,

아마 들여다볼 일 없는 데이터를 쌓았구나 싶다.

 

물건에는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려 해도

이상하게 디지털데이터는 저장 강박처럼 정리 못 한다.

그런 와중에 뭐가 없어져도 알지도 못하면서.

 

서운하다기보다는

뭐랄까.

부족한 어휘력과 섬세하지 못한 감각의 시너지로 표현할 단어를 못 찾았다.

 

그래.

그렇게 되었구나.

 

그런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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