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책 관련 이야기

문학동네 북클럽 이달책 '사랑의 꿈', '고요한 우연'

idtptkd 2023. 5. 5.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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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북클럽을 시작했고, 이달책도 꾸준히 해보려 다짐했었다!

하지만 인생이란 역시 계획대로는 되지 않는 법일까.

 

첫 이달책은 '사랑의 꿈'이었지만, 두 번째 이달책은 '고요한 우연'이었다.

참고로 '고요한 우연'은 북클럽 증정도서로 선택했던 책이다.

이달책은 책 뿐 아니라 독서를 도와주기 위한 백일장(사진 상에는 없다. 사진 찍을 때 빠트린 걸 노트북 앞에 앉아서야 깨달았다!), 작가의 편지, 질문 카드, 그리고 대망의!!!! 이달책 로드맵 스티커로 구성되어있다.

...하지만 이미 있는 책을 스티커 사자고(사실 다른 부가적인 것은 독서를 도와주기 위한 거지만, 인간이란 눈에 보이는 성취를 좋아한다. 왜 유치원생들에게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고, 옛날 중국집에서는 포도모양 스티커를 쿠폰으로 줬겠는가) 고요한 우연을 중복 구매하기에는 내 지갑 사정이 좋지 않다. 모두가 요새 지갑 사정이 좋지 않겠지만.

고요한 우연은 건너뛰는 걸로 하고, 사랑의 꿈을 이달책을 통해서 만나게 된 감상을 해보자면!

 

내가 서점에서 골랐으면 안 골랐을 것 같다.

우선 북클럽을 할 때에도 문제였지만, 난 소설을 잘 읽지 않고 있었고, 얼른 완독하기 위해 넘기거나, 사건이 팡팡 터져주지 않으면 쉽게 지루해했다.

그 탓에 사실 이 책의 초반을 읽을 때는 조금 힘들었다.

나중에서야 소설 단편들이 문제점을 먼저 던지고 왜 인물이 그 문제점에 집착하거나 괴롭게 되는 이유를 시간 순으로 서술하다가(물론 이도 중간에 갑자기 삽입되기도 한다) 끝나는 식이라는 걸 알아채고는 좀 느긋해졌다.

 

이 책은 연작소설이고, '정우맨션'이라는 지리적 공통 랜드마크(누구는 정우 맨션에 살기도 하고, 누구는 그 근처에 사는 등) '십대 여자애'(주인공 공통점)이 공통으로 나온다.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춘기 아이의 마음이라고 하지만, 은근히 읽다보면 이해하지 못 할 게 당연할 수도 있다는 묘한 설득이 있다. 게다가 내 경우를 생각해도 내가 십대 때는... 괴상한 소리를 진짜 많이했다. 괴상한 짓거리도 한 거 같지만, 소심한 성격과 외부 활동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집에서 한 삽질도 많기도 하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단편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표제작인 '사랑의 꿈'이 아닌 '해변의 피크닉'이었다. 사실 스토리 전체가 마음에 든다기보다는 어른에게 동급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심리(이건 '첫사랑'에서도 나오기는 한다)와 사랑 받음에도 모든 것을 망쳐서 자신에게 일의 중대함이 넘어오게 하고 싶어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명징하고도 정확한 깨달음―나는 이 모임의 불청객이 아니다. 불청객이 아닌 정도가 아니라 여기에 삼촌을 초대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이 해변가 피크닉의 주인이고 주최자이고 책임자다. 그러므로 주인의 위엄은 내 것이다. 진정한 불청객은 바로 저 여자다.
"쟤는 되게 똑똑해."
삼촌이 말했다. 나는 삼촌이 비꼬는 것인지 아닌지 헷갈렸고 미심쩍은 마음이 들었다. 쐐기를 박듯이 그가 덧붙였다.
"모르는 게 없거든."
나는 몸을 덮고 있던 타월을 꽉 여미며 삼촌을 바라보았다. 자신은 어수룩하고 순진해서 나같이 '모르는 게 없는' 여자애는 도무지 이길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보자, 그 순간 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대놓고 배신자가 되겠다고 선언하는 것. 나는 어린아이에 불과했지만 뻔뻔하고 경박하게 타락할 수 있었다.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있을 자리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다.
"나는 바보 천치예요. 삼촌도 알고 있잖아요?"
그렇게 말하자, 할머니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세상에, 얘야, 누가 그런 말을 너에게 알려줬니? 엄마가 알려줬니?"
나는 망설이지 않고, 여전히 삼촌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엄마는 나를 팔아넘겼어요."
그 말을 내뱉는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너무 짜릿했고 약간 어지럽기까지 했다. 이번에야말로 할머니는 삼촌을 비난할 것이고, 삼촌은 할머니에게 소리를 지를 것이다. 나는 그들이 서로에게 화를 내는 상황을 기꺼이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 사랑의 꿈 233~234쪽(해변의 피크닉)

'나는 어린아이에 불과했지만 뻔뻔하고 경박하게 타락할 수 있었다.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있을 자리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다.'

이 문구는 뒷표지에도 실려있는데, 나는 이 부분보다 오히려 적설적으로

'"엄마는 나를 팔아넘겼어요."
그 말을 내뱉는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너무 짜릿했고 약간 어지럽기까지 했다. '

부분이 더 강하게 와닿았다. 아이들이 자주하는 거짓말이기도 한, 부모의 배신/부재를 담고 있기때문이다.

 

이달책 이야기로 돌아오면, 활동을 위한 질문카드 등을 하면 포인트를 준다. 문학동네 shop에서 사용가능한(북클럽 해당 기수 활동 중에만!) 포인트다. 비록 고요한 우연을 건네뛰지만, 나는 아직 이달책에 하차하지 않고 계속 해볼 의지가 있기에, 이제 블로그 글을 접고 질문카드를 적으러 가야겠다.

 

++아니 시작에서는 고요한 우연에 대해서 언급할 듯이 하다가 언급 안 했다는 걸 알았다.

사실 고요한 우연이 사랑의 꿈보다는 훨씬 읽기 편했다.

청소년 문학 특유의 높은 가독성이 한몫을 했다. 게다가 자신이 뭘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랑의 꿈'의 소녀들에 비해서 '고요한 우연'의 이수현은 자신의 호기심과 자신의 존재의 소소함에 슬퍼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상처에 대해서도. 그 탓에 나는 두 책 중에는 고요한 우연을 더 추천하고 싶긴 하다. 그리고 더.. 얇기도 하다! 종이책을 읽으며 두께는 생각보다 묵직한(말 그대로!) 진입장벽이다! 사랑의 꿈이 엄청 두꺼운 편은 아니지만, 1.5배는 될 듯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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